
저자를 알게된 계기는 책이라는 매개체가 아니라 유튜브 동영상이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데카르트, 칸트, 헤겔의 철학을 다룬 강의였다.
어렵고 딱딱한 철학이란 주제로 이렇게 재미있게 강의를 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을 하면서 몰입하며 동영상을 시청한 기억이 있다.
저자 강유원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였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수라는 번듯한 직함을 갖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인 철학자의 신분으로 지역 단체에서 주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여러권의 책을 저술하기도 했는데 이 책은 그 중의 하나이다.
책을 펼쳐니 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 들어 깜짝 놀랐다. 글자가 일반 책의 크기의 두배는 되어 보였는데 보통 크기의 책도 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내가 구입한 것은 노안이나 시력이 약한 독자를 위한 큰 글자 버전이었다. 두가지 판형간에는 글자 크기만큼 가격 차이가 있다.
글쓴이는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고 이야기한다. 또 책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은 지구상에 얼마되지 않는 책 읽는 소수들이 벌이고 있는 일종의 음모라는 황당스런 주장을 펼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어떤 병을 앓고 있는 인간인가?하는 물음표를 지울 수 없었다.
책의 주된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텍스트(책) 이전에 이미 세계가 존재하였는데 텍스트(책)는 세계라는 맥락에서 탄생되었다. 텍스트는 세계를 반영한다는 거짓으로 앞에 이미 존재하였던 세계를 희롱하고 어느 순간부터 일정한 힘을 갖게 된다. 그 중에는 세계와 일치하지 않는 텍스트들도 생겨나게 되고 결국 텍스트와 세계와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칙을 이끌어낼 수가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 저자는 과거부터 근대까지 시간의 순서에 의해 텍스트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는 최초의 사사시로평가받는 길가메시 서사시를 시작으로 모세5경, 사자의 서, 일리아스, 고대 그리스의 비극, 국가론, 갈리아 전기, 키케로의 우상론,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 토마스아퀴나스의 신학대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베이컨의 신기관, 토마스홉스의 리바이어던, 백과전서, 아담스미스의 국부론, 다윈의 종 같은 텍스트들이 등장한다.
책은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분량은 총 93페이지로 아주 얇은 책이다. 몇 시간이면 너끈히완독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책의 수준은 결코 평이하지 않아 생각처럼 술술 읽히지 않는다. 물론 나의 무지함과 난독증도 원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이 책이 최조로 발매된것은 2004년이다. 요즘처럼 출판계의 불황과 책 읽는 인구가 감소하는 때에 아직도 절판되지 않고 여전히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책 을 읽거나 읽게될 사람들은 글쓴이의 주장을 빌리자면 틀림없이 '병든 인간'들일것이다. 더군다나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런 책을 일부러 찾아 읽을 정도라면 상태가 중증일 것이라고 짐작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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