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생긴 외모, 훤칠한 키, 게다가 경제력까지 갖춘 남성이라면 아마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결혼 상대자라는 사실에 별로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돈과 외모, 집안의 배경은 결혼을 위한 충분조건일까? 아니면 필요조건일까? 결혼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두사람의 사랑이면 충분한 것인데 상대가 학벌을 보고 외모를 따지고 상대가 축적해 놓은 재산의 규모를 가늠해보고 저울질 하는 것이 속물적이라고 비난을 한다면 요즘처럼 물질적인 가치가 중시되는 때에 세상물정 모르고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순진한 사람쯤으로 취급될런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영국 작은 마을의 소지주 베넷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큰딸인 제인,둘째딸 엘리자베스의 사랑,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오해와 편견, 철부지 리디아의 가출과 애정행각, 그리고 세 딸들의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결혼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19세기에는 여성들의 재산권이 보장되지 않았던 때이고 여성들의 사회적인 참여와 지위가 미약했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결혼'이라는 주제는 그 당시 여성들에게 생존과도 직결된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였을 것이다. 저자인 영국출신의 작가 제인 오스틴은 생전에 <이성과 감성>,<오만과 편견>,<맨스필드 파크>,<에마>등 여러권의 책을 남겼다. 그중 <오만과 편견>은 19세기 영국의 결혼관과 세태를 그려는 대표작이라는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결혼이라는 주제에 집중하다보니 당시 사회의 다른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내용이나 설명-당시 영국사회의 계급 구조,정치적인 상황-이 부족한 것은 아쉽게 느껴진다. 일례로 책 속에 여러 번 언급되는 '한사상속'이라는 제도는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던 부분인데 책의 끄트머리에 있는 역자의 해설을 읽고나서야 비로소 정확히 이해가 되었다.
이 소설에는 다양한 성격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베넷가의 가장이자 자학적이며 냉소적인 베넷씨, 딸들의 결혼을 지상과제로 여기고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는 베넷부인, 차분하고 매사에 긍정적인 첫째 딸 제인, 총명하고 당찬 성격의 둘째 딸 엘리자베스, 사암은 좋지만 줏대 없는 빙리, 오만한 그의 누이들, 과묵하고 사교성이 부족해 오만해 보이지만 냉철하고 논리적인 다아시, 위선적이고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콜린즈, 사랑보다는 돈을 좇아 결혼을 선택한 샬럿, 안하무인이고 권위적인 캐서린 드 버그 부인....
이 중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는 엘리자베스이다. 그녀는 사회적 계급과 지위, 집안의 경제력 따위에 위축되지 않고 자기 주장을 펼치는 당찬 여성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의 친구인 샬럿은 남편인 콜린즈의 외모나 성격은 따지지 않고 결혼을 통해 누리게 될 안정적인 삶에 대한 기대 때문에 결혼을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엘지자베스는 자신의 배경에는 주눅들지 않고 한 때 오해오 편견을 가졌던 남자와 우여곡절의 과정을 거치면서 주변의 압력이 아닌 스스로의 확신을 통해 결혼을 선택한다.
정작 제인 오스틴 본인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기에 소설 속 샬럿과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경제적인 자립을 하기 위해 녹록치 않은 현실과 싸워야만 했을 것이다. 그 대신 그녀가 추구했던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을 작품에 투영하여 소설 속의 엘리자베스를 탄생시키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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