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에 바침>은 책에 관한 책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런 류의 책이 나올 때마다 구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긴 하지만 얼마 후 집의 책장에 꽂혀 있는 것을 발견하곤 놀라곤 한다.
작가는 독일의 부르크하르트 슈피넨이고 책의 부제는 "결코 소멸되지 않을 자명한 사물에 바치는 헌사"이다. 책의 구성은 '서문', '몸체에 대하여', '사용에 대하여', '전문성에 대하여', '모여 있는 책들', '맺음말'의 순서로 되어있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책을 말(에 비유하고 있다. 100년전 까지만 해도 지구상의 대도시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던 말이라는 존재는 그 당시 주요한 교통수단이자 인간의 노동을 도와주는 중요한 수단이었으며 전쟁시에 강력함과 우월함을 보장하는 최고의 수단이었다. 반면에 자동하는 1차세계대전까지만 해도 도심지에서 보기 드문 존재였다. 그러난 1900년 이후 말은 군대와 도시와 나라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고 그 역할을 자동차와 트럭, 트랙터, 탱크가 떠맡게 되었다.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 후로 100여년이 지난 지금, 현대의 또 다른 발명품이 인간의 오랜 동반자를 대체할 수 있을지 화두에 오르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전자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앞으로 종이책은 전자책에 자리르 내어주고 종말을 고할 것인가?
저자는 앞으로 닥펴질지도 모르는 종이책의 불행한 미래를 우려하면서 책이 그의 곁을 떠날 경우 잃어버리게 될 것들을 주제별로 엮어 하나씩 열거하고 있다. 그것들은 종이책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고 사유들이다.
책들이 쌓이면서 이제는 책을 들일 때마다 자리를 정하는 것이 고민스러운 일이 되었다. 읽지 못한 책이 한가득인데 좁은 집에 책만 쟁여놓는다는 가족들의 힐난도 나의 고민을 깊게 만든다. 책은 무조건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나름의 고집때문에 도서관의 책들은 대안이 될 수가 없을 것 같다. 공간의 제약이 없는 전자책 리더기에 대한 유혹을 가끔 느끼기도 하지만 책에 담겨진 텍스트 외에 부가적인 종이책만의 감성-이를테면 책의 향기나 책장을 넘길 때마다 손가락 끝에 전달되는 미세한 종이의 질감-을 결코 느낄 수 없기에 앞으로도 전자책을 보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읽은 책보다 읽을 책들이 점점 늘어가면서 과연 나는 독서가일까 아니면 장서가일까 하는 의문을 품을 때가 있다. 종이책에 대한 '헌사'이기도 한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일종의 안도감을 주고 앞으로도 열심히 책을 계속 사들일 명분을 준다.
그러기에 조금은 위험스러운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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